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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 2026-09-19| ~2 분 읽기| 374 단어

조용한 토요일

드디어 토요일입니다. 유난히 빡빡했던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업무 때문에 버밍엄에서 열린 박람회에 다녀와야 했고, 그 바람에 한 주의 상당 부분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네 그 씨발 청소년 소설 중 또 하나가 아니야”라는 가제로 쓰고 있는 중편소설의 9장만큼은 끝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대로 쉬는 첫날입니다. 아니, 이왕 솔직해지자면 제대로 쉬는 첫 몇 시간이라고 해야겠지요. 그 시간을 박람회에서 배운 것을 전부 정리하는 데 썼고(일이니까 당연히 지루합니다), 그 밖의 몇 가지 일도 했습니다.

오전에는 제 롤플레잉 게임 세션에 쓰는 오디오 관리 소프트웨어 Ligeia를 손봤습니다. 해가 갈수록 저는 제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해 왔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두는, 보통은 저 혼자만 쓰는 도구들입니다. 일종의 개인적인 운동인 셈인데, 이름은 “네 좆같은 건 네가 만들어라”입니다. 남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 쓰는 대신 직접 만든다는 뜻입니다. 요즘 우리가 달고 사는 그 수백만 건의 소액 결제에서 돈을 아끼려는 목적만은 아닙니다. 배우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경험을 제 방식대로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전부터 눈길이 갔던 Resurrección이라는 영화(Resurrection (2025) - IMDb)도 이 참에 봤습니다. SF와 중국식 판타지 사이 어디쯤에 있는 작품으로, 계속 보고 싶던 영화였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서구와는 다를 때가 있는 중국적 감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놓친 미묘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를 산책시키면서 Changeling the Podcast 에피소드를 몇 개 들었습니다. 구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 속한 그 게임 세계를 조금이나마 배워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메이지 20 캠페인 “어둠 속의 베를린”에 체인질링을 넣어 보고 싶은데, 체인질링 20주년 기념판 책이 있긴 하지만 먼저 몇 년씩 플레이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을 잡고 싶습니다. Mage: The Podcast도 똑같이 들었고, 앞으로는 워울프로, 그리고 찾을 수 있다면 뱀파이어와 레이스, 그 밖에 찾아지는 것들로도 같은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캠페인은 2020년 봉쇄 때부터 이어져 왔고, 솔직히 꽤 애착이 갑니다. 조만간 이 캠페인에 대한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 오후에 하려고 준비해 둔 일 중 하나가 바로 메이지의 오래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인 빅토리아역을 다시 손보는 것입니다. 다만 그건 너무 세세한 이야기로 들어가는 일이고, 누가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몇 시간을 들여 자료를 찾고 그 배경을 만들어 볼 생각이고, 정리가 되면 디지털 맵도 만들지 모릅니다. 물론 이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대문자로 쓰는 ‘시간’ 말입니다.

그러니까 네, 이 정도면 블로그 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할 만한 일 몇 가지,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이어서 할 일들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패스파인더 2판 캠페인 Kingmaker, 또는 Eslizo가 붙인 이름으로는 Alzarreyes를 시작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더 덧붙일 말은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습니다.